폭력·나체는 차단하면서 캐릭터는 훔치는 AI... 디즈니·유니버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할리우드 거대 스튜디오들이 생성형 AI 기업을 상대로 본격적인 법적 공세에 나섰다. 디즈니와 유니버설은 텍스트 입력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서비스 '미드저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인터넷에서 무차별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학습하는 AI 기업들의 관행에 대한 중요한 법적 선례가 될 전망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두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미드저니를 고소했다. 이들은 저작권을 침해당한 작품당 15만 달러의 배상금과 미드저니의 향후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법원 명령을 요구했다. 소장에 첨부된 증거물에는 침해 피해가 추정되는 작품이 150개 이상 나열되어 있어, 디즈니와 유니버설이 승소할 경우 미드저니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2000만 달러(약 273억 원)를 넘어설 수 있다.

 

미드저니는 미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로, 21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해 지난해 3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디즈니와 유니버설은 자사의 지식재산권을 미드저니가 무단으로 AI 모델에 학습시켜 유명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미지를 생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스타워즈, 심슨, 슈렉, 인어공주의 아리엘, 월-E, 슈퍼배드의 미니언즈 등 인기 작품 캐릭터들이 미드저니에 의해 무단으로 생성되고 있다며 이를 저작권 침해 사례로 지목했다. 두 스튜디오는 미드저니를 "저작권 있는 작품을 무단으로 복제하는 끝없는 표절의 구덩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디즈니와 유니버설은 미드저니에 저작권 침해를 중단하고, 사용자들이 저작권을 침해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없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드저니가 이미 폭력과 나체 등의 이미지를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한 것처럼, 저작권 보호가 필요한 캐릭터도 같은 방식으로 차단할 수 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미드저니는 이미 2023년에 시각 예술가 집단으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해 현재 진행 중이지만,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가 AI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드저니는 디즈니와 유니버설의 소송에 대해서는 아직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2년 전 소송 당시에는 문제가 된 저작물들이 "AI 모델 훈련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디즈니의 호라시오 구티에레스 수석부사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AI의 잠재력에 대해 낙관적이고, AI 기술이 인간의 창의성을 증진하는 도구로서 책임감 있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저작권 침해이고, AI 기업이라고 해서 저작권 침해의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