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 인연 때문이었나…故 이순재 비보에 나영석 PD 반응

 연예계에 또 하나의 큰 별이 졌다.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향년 9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는 비보가 전해지며 대한민국 전체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전에는 나영석 PD 사단의 새로운 야심작, 넷플릭스 예능 '케냐 간 세끼'의 제작발표회가 예정되어 있어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나영석, 김예슬 PD를 비롯해 이수근, 은지원, 규현 등 주요 출연진이 모두 참석하는 행사였기에, 갑작스러운 비보 속에서 행사가 과연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새로운 예능의 유쾌한 출발을 알려야 하는 자리가 국민 배우를 떠나보내는 애도의 날과 겹치게 된 것이다.

 

'케냐 간 세끼' 제작진은 깊은 고심 끝에 제작발표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대신,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되 고인을 기리는 추모의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히 연예계 선배에 대한 의례적인 예우를 넘어선, 나영석 PD와 고인 사이의 각별했던 인연에서 비롯된 결단이었다. 두 사람은 과거 tvN의 국민 예능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통해 단순한 연출자와 출연자의 관계를 넘어 세대를 초월한 깊은 유대감과 존경심을 나눠왔다. 나 PD에게 이순재는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아준 든든한 '왕할배'이자, 인생의 지혜를 가르쳐준 스승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슬픔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은 행사 시작에 앞서 공식 입장을 통해 "배우 이순재 선생님의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오늘 제작발표회는 변동 없이 진행되지만, 행사 중 이순재 선생님을 기리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공지하며, 웃음과 재미를 선사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임에도 불구하고 고인에 대한 진심 어린 추모의 뜻을 먼저 밝히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피할 수 없는 비보 앞에서 슬픔을 함께 나누고, 위대한 배우의 마지막 길을 예우하려는 제작진의 진심 어린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결국 이날 '케냐 간 세끼' 제작발표회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과 국민 배우를 잃은 슬픔이 교차하는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나영석 PD를 비롯한 출연진들은 고인과의 소중했던 추억을 되새기며 애도의 뜻을 표했고, 현장에 모인 취재진과 관계자들 역시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한바탕 웃음으로 가득 차야 할 행사는 한 시대의 거목이었던 대배우를 기리는 의미 있는 자리로 변모하며, 연예계 동료들의 슬픔과 존경 속에서 고 이순재의 마지막 길을 함께 배웅하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