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건축가가 지은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 심지어 공짜라고?

 국내 최초의 사운드 박물관인 오디움이 건축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베르사유 건축상'에서 내부 특별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2024년 개관한 오디움은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의 설계로 건립 초기부터 큰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 5월에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 7곳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번 수상은 박물관의 외부 건축미뿐만 아니라, 내부 공간이 지닌 미학적, 기능적 가치와 성취를 세계적으로 공인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오디움 측은 지난 4일(현지시간)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인테리어 분야 최고 평가'를 받으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고 밝혔다.

 

오디움의 이번 수상은 '보이지 않는 소리'라는 추상적 개념을 건축 공간으로 탁월하게 구현해냈다는 평가에 힘입은 결과다. 특히 박물관 내부 공간은 소리와 빛, 그리고 다양한 재료를 섬세하게 엮어내 관람객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는데, 이러한 철학이 혁신성과 독창성을 중시하는 베르사유 건축상의 가치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리나 보코바 심사위원장은 오디움을 두고 "문화적 맥락에 깊이 반응하고, 공동체의 수준을 한 단계 고양시키며, 지속 가능한 미래에 기여하는 건축"이라고 극찬했다. 건축가 쿠마 켄고 역시 "소리가 인간 내면에 잠들어 있던 본래의 감각을 깨우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계 당시를 회상하며 이번 수상에 대한 기쁨을 전했다.

 


이러한 건축 철학은 박물관 곳곳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먼저 2만 개의 알루미늄 파이프로 촘촘하게 둘러싸인 독특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으며 소리의 파장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내부에 들어서면 19세기 에디슨이 발명한 최초의 축음기부터 희귀한 음악 재생 기계들, 그리고 명품 오디오의 대명사인 웨스턴 일렉트릭의 라우드 스피커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소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방대한 소장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특히 지하 2층에 마련된 라운지는 청음에 최적화된 특수 패브릭 자재로 마감되어, 웨스턴 일렉트릭의 전설적인 오디오 시스템 '미러포닉'이 들려주는 소리를 한층 더 부드럽고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오직 오디움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 모든 경험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오디움이 가진 또 하나의 큰 매력이다. 오디움은 '정음(正音): 소리의 여정'이라는 상설전을 통해 소리의 본질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관람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오디오 콘서트'와 같은 다채로운 대중 참여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며 문턱을 낮췄다. 이번 베르사유 건축상 수상을 계기로 오디움은 "세계적 수준의 박물관으로서 그 위상에 걸맞은 국제적 역할을 더욱 확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베르사유 건축상 본상은 노르웨이의 쿤스트실로가 차지했으며, 오디움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으로서 한국 건축과 문화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