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노인들을 울린 '달고나 냄새'…당신의 기억을 조종하는 후각의 충격적 비밀

 1950~60년대에 태어나 한국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어낸 60대 참가자들이 한 실험실에 모였다. 그들 앞에는 1960년대의 흑백 풍경이 담긴 영상이 재생됐다. "펑!" 소리와 함께 옥수수 알이 하얀 꽃으로 피어나는 뻥튀기, 국자에 설탕을 녹여 조심스레 모양을 찍어내던 달고나, 하얀 연기를 뿜으며 골목을 누비는 소독차를 신나게 따라다니던 아이들. 영상이 끝나고, 실험을 설계한 문제일 DGIST 뇌과학과 교수가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참가자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뻥튀기가 나왔네요.", "달고나 먹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마치 역사 다큐멘터리를 해설하듯, 영상 속 장면들을 건조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할 뿐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진짜 실험이 시작되었다. 문 교수는 같은 영상을 다시 보여주면서, 이번에는 실험실 공간에 특별한 '장치'를 더했다. 바로 고소하고 달콤한 뻥튀기 향과 달고나 향이었다. 후각이라는 변수가 추가되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이번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똑같은 질문에, 참가자들의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딱딱했던 표정이 순식간에 풀리며, 그들의 입에서는 마치 봉인이라도 풀린 듯 수십 년 전의 추억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한 참가자는 "어릴 때 우리 집은 가난해서 쌀이 귀했다. 그래서 쌀 대신 옥수수를 한 말 들고 가서 튀겨 먹곤 했다"며 아련한 기억을 소환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학교 끝나고 집에 갈 생각은 안 하고 친구들과 달고나 만들기에 빠져 있다가, 해가 다 져서야 들어와 어머니께 된통 혼났던 기억이 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단순한 시각 정보만으로는 열리지 않던 기억의 창고가, '향기'라는 강력한 열쇠를 만나자 활짝 열려버린 것이다.

 


한국뇌신경과학회장을 역임한 뇌과학 분야의 권위자, 문제일 교수는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후각은 뇌에 저장된 기억과 감정을 불러오는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감각"이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후각 정보는 다른 감각들과 달리 대뇌 변연계, 특히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특정 향기는 논리적 과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과거의 특정 순간과 그때의 감정을 소환해내는 '프루스트 현상'을 일으킨다.

 

문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후각이 단순히 추억을 회상하는 매개를 넘어 전 생애에 걸친 '뇌 건강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영유아기에는 다양한 향기 자극이 기억력과 인지 능력 발달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며, 성인기에는 후각 훈련이 전반적인 뇌 기능 활성화와 건강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는 매우 중요한 경고 신호가 되기도 한다. 바로 후각 능력의 저하가 뇌 기능의 이상, 특히 '치매'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문 교수는 "과거에는 분명히 맡을 수 있었던 익숙한 향, 예를 들어 된장찌개나 커피 향 등을 어느 순간부터 잘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면 뇌 건강의 적신호를 의심하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